김평식의 신 미국유람 <37> 미국의 3대 등산로
한국에 백두대간이 있다면 미국에는 PCT와 애팰래치안 트레일, 그리고 콘티넨털 디바이드 트레일이 있다. 나라 자체가 크니 등산로도 엄청 많은데 그중 3대 등산로가 이들 세 트레일이다. 3대 등산로 중 가장 유명한 곳은 동부의 애팔래치안 트레일(Appalachian Trail)이다. 그다음은 태평양 연안의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acific Crest Trail)이다. 보통 줄여서 PCT라고 부른다. 나머지 하나는 로키산맥을 따라 올라가는 콘티넨털 디바이드 트레일(Continental Divide Trail)이다. 애팔래치안 트레일은 3대 등산로 중 가장 짧은 데도 도전하는 사람은 가장 많다. 조지아 북쪽 스프링어 마운틴에서 시작되는데 메인주 캐터딘 피크까지 이어진다. 총 길이는 2150마일. 테네시주의 그레이트 스모키 국립공원과 블루리지 파크웨이를 지나 애팔래치안 산맥 정상 양쪽으로 펼쳐지는 아름다운 풍광을 음미하며 버지니아주의 섀넌도 국립공원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애팔래치안 트레일의 백미로 꼽힌다. 필자는 애팔래치안 트레일 종주는 못 했지만 시작점인 일찍이 스프링어 마운틴과 종착점인 캐터딘 피크에는 올라가 보았는데 지금도 캐터딘 피크에 오를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미국의 다른 높은 산에 비하면 그다지 높은 곳은 아니었지만, 계절을 잘못 선택한 탓으로 추위에 엄청나게 고생했던 기억은 죽을 때까지 잊히지 않으리라. 퍼시픽 크레스트 트레일(PCT)은 멕시코 국경에서 시작해 서부 태평양 연안을 따라 캐나다령 매닝 파크(Manning Park)까지 이어지는 등산로다. 총 길이는 2050마일. 이 트레일은 필자도 한 번쯤 종주 도전을 해 보고 싶었지만 약 7~8개월간을 산속에서 지내야 하는 그야말로 극한의 지옥과 같은 여정이기 때문에 쉽게 결행하진 못했다. PCT를 종주하기 위해서는 필히 사전 허가를 받아야 한다. 허가 자체가 쉽지 않은 데다 어렵게 퍼밋을 받은 뒤 종주에 나선 하이커 중에도 절반 정도는 중간에 포기한다고 한다. 그만큼 어렵다는 말이겠다. PCT는 남쪽에서부터 캘리포니아, 오리건, 워싱턴3개 주를 차례로 지나며 시에라 네바다 산맥 정상으로 달려나간다. 도중에 미국 본토에서 제일 높은 휘트니산 정상 옆으로 해서 세쿼이아 & 킹스캐년, 요세미티 국립공원도 통과한다. 이어 오리건 주의 단 하나밖에 없는 국립공원인 크레이터 레이크(Crater Lake) 옆을 지나 스키장으로 유명한 오리건주 최고봉 마운트 후드(Mt. Hood)의 8부 능선을 지난다. 그래도 진짜 험로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콜롬비아 강을 건너 3개 주 가운데 가장 난이도가 심하기로 악명 높은 워싱턴주로 들어서면 레이니어 국립공원과 노스캐스케이드 국립공원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미국의 국립공원이란 곳은 거의 다 다녀 봤지만 가장 감탄을 많이 쏟아낸 곳이 바로 노스 캐스케이드 국립공원(North Cascades National Park)이다. 필자는 PCT 역시 출발점과 도착점을 모두 가봤다. 출발점은 멕시코 국경 지역캄포(Campo)라는 동네에 있는데 미국 쪽 국경검문소 앞길 비포장도로를 따라 들어가면 국경선 상에 목조 표지판이 서 있다. 이곳에서 매닝까지 2650마일(To Manning Park 2,650 Miles)이라는 글자가 보인다. 도착점인 캐나다의 매닝 파크에는 등산로 입구에 PCT 끝이라는 조그마한 표시가 있고 완주 증명서를 발급해 주는 조그마한 오피스도 있다. 이곳에 갈 때는 반드시 여권을 챙겨야 한다. 캐나다로 들어가서 등산로를 통해 미국으로 들어오려는 밀입국자들이 많기 때문에 까딱 잘못하면 미국 재입국이 어려울 수도 있기 때문이다. 끝으로 콘티넨털 디바이드 트레일은 멕시코 국경에서 캐나다까지 이어지는 데 총 길이가 3천 마일이 넘는다. 험준한 로키산맥 정상을 따라 이어지는 길이라 여간 전문 산악인이 아니면 도전 자체가 어렵다고 봐야 한다. 필자는 몇 년 전 몬태나주에 있는 글리시어 국립공원 안의 세이트 메리 방문자센터 바로 맞은편 구간을 걸으며 살짝 맛만 본 기억이 난다. 이들 세 등산로는 종주하는 데 몇 개월씩 걸리기 때문에 구간별로 나누어 도전하기도 한다. 시간상으로 여유가 있고 체력이 자신 있어도 혼자서는 엄두를 내기가 쉽지 않은데 그럴 땐 마음 맞는 두세 명이 팀을 이뤄 도전해 보는 것도 좋겠다. 김평식 여행등산전문가김평식 신유 애팔래치안 트레일 등산로 종주 요세미티 국립공원